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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눌거리/■ 생각

안아주고 싶은 소년 홀든 콜필드 : 호밀밭의 파수꾼

by 취하는 이야기 2020.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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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든과 그의 안식처 피비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을 꼽으라면 언제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답하겠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읽든 읽지 않든, 언제나 책가방에 넣고 다녔으며 최소 20번 정도는 읽어 책이 너덜너덜한 생태다.

 

  간단히 요약하면, 줄거리는 17살 소년 홀든 콜필드가 2주간 집을 나와 방황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다. 17살은 어떤 나이인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다. 물에 잉크 방울이 퍼지듯, 물과 우유가 섞이듯 뭔가 매력적이면서도 두려운 모습으로 나의 몸에 퍼져나가는 악의 세계. 뭔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코를 킁킁거리고 싶은 그 세계를 첫 경험 하는 나이.

 

  성장통을 다룬 가장 유명한 책은<데미안> 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가방 안에 가장 많이 발견되었다는 그 책, 헤세는 한국인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다. <데미안>과 이 책은 무엇이 다른가. <데미안>은 신사다. 우리가 느꼈던 그 날의 감정을 매우 섬세하고 신비롭고 은은하게 풀어냈다. 이 책은 망나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른 극단에 서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개 같으면 개 같다고 말한다. 씨발이란 말도 서슴지 않는다. 난 그게 좋았다. 욕은 하는 것이 좋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17살 소년이 세상에 대해 느끼는 환멸과 분노를 욕으로 절규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씨발이라 연신 외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홀든 콜필드의 모습에서는 일종의 연민이 느껴진다.

 

  그는 왜 분노하는가. 끝없는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허세와 거짓, 더러움에 찌든 세상에 대한 분노다. 돈 되는 교육만 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100년 전통을 지닌 학생만을 위하는 학교라고 홍보하거나, 피아노 연주보다 관중을 의식하는 피아니스트, 공연 내용도 모르면서 그럴듯하게 박수를 쳐대며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라고 묻는 사람들, 오로지 섹스만을 생각하는 친구. 모든 환경이 그를 울적하게 만든다. 둘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다. 환경의 변화에 분노하지만, 어느 순간 자기도 그쪽으로 흐르는 모습을 자각할 때의 환멸. 즉 밀어내고 싶어고 잉크가 이미 물에 퍼져 잿빛이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울음이다. 이를테면, 홀든은 시내를 방황하다 우연히 창녀를 방안으로 초대하게 된다. 동정의 소년은 여자가 오기 전 별별 초조와 불안감 및 기대감이 휩싸인 채 방안을 서성이게 되는데, 막상 여자가 오고 아무렇지 않게 웃옷을 벗자, 아무런 성적 감정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저 대화가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변 만만 늘어놓는 홀든에게, 여자는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다 한참 후 떠나고 만다.

 

  새벽녘 홀로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독백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가득 취해 온갖 사물이 창가의 물방울처럼 흐릿하고, 거리가 좌우로 흔들거리며 몸과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 호흡이 가팔라지며 의식이 흐릿해지는 순간, 홀든은 동생 피비를 생각하며 날 사라지게 하지마, 사라지게 하지 마”라고” 마음속 절규를 중얼거린다.

 

  왜 이 책의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인지, 블로그 프로필 사진이 왜 저것인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혹시나 읽어볼 분께 민폐를 드릴 수 없지. 그는 죽을 때까지 나의 친구다. 이젠 나도 잿빛이 다 되어 그때만큼의 감동을 느끼기 어렵지만, 언제까지나 그의 친구로 남길 간절히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슬프잖아. 나도 결국 완전한 개새끼라는 게. 적어도 회색으로 남아줘야 사람 아니겠어.

 

 

* 욕들이 난무하고, 저속적인 내용이 많아 미국의 어느 학교에서는 수업 금지 소설이 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달을 가리키는데 가운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고 거품 무는 격이다.

* 저자인 샐린지가 이 책은 2주 만에 완성시켰는데, 명저라 해서 꼭 수십 년이 걸리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 샐린더는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답게, 어떠한 인터뷰도 거절한 채 은둔생활로 노년을 보냈으며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만약, 그가 세상으로 나와 왈가왈부했다면 이 소설의 가치가 많이 하락했을 것이다

* 주변인이 역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회상하며>라는 책이 있는데 쓰레기다. 샐린저를 팔아 돈 벌려는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비슷하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에 카프카>가 있는데, 그 스토리와 느낌이 <호밀밭의 파수꾼>과 너무 비슷하다. 사람마다 느낀 바가 다르겠지만 절대 비추다. 원작의 아류작 기운이 물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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