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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눌거리/■ 생각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by 취하는 이야기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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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의 즐거움을 안 지 3년정도 되어간다. 점심을 후다닥 먹고 걸음 수를 확인하며 여름, 겨울을 안 가리고 걸었다. 지금은 되도록 매일 출근 전 런닝머신에서 5키로 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5시 기상은 필수다.

 

 지금도 시계를 매우 좋아하지만, 이전에 차고 다녔던 미밴드가 그리워진다. 당시 하루에 최소 만보를 찍는 것이 목표였는데,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작위적 노력 없이 현대인에게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양팔에 시계를 차는 일이 있더라도 하루 만보, 아니 만오천보를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자동차, 자전거 등을 최소화 하는 것은 필수다.

 

 걷기의 최고장점은 준비할게 없다는 것이다. 고가의 장비도, 거대한 결심도 필요 없다. 운동화만 신은 채 나가면 된다. 그렇게 일단 걸으면 잡념이 사라진다. 침대에 누워서 하는 고민들, 미래에 대한 걱정, 후회스런 과거 등 모든 것을 잊고 바람과 시간을 오롯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시름이 사라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그렇게 또 걷다 보면 몸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기분이 명랑해짐을 느낀다. 따뜻한 햇살과 낯선 풍경, 다양한 표정의 사람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는 덤이다.

 

 5일 동안 살을 빼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사람이 여기 있다. 일부러 7시부터 김포공항까지 7시간을 걸어가는 것도 이색적인데, 걷기 좋은 곳을 찾아 제주도로 가다니. 심지어 고향에 가듯 하와이까지 가서 종일 걷는 그의 모습이란. 그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제주도를 간다고 인생 거덜나진 않으니까. 자유로운 영혼, 범주와 경계가 없는 영혼이어야 가능한 것이다.

 인간 하정우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감독을 맡은 <허삼관>에 각고의 노력을 들였음에도 흥행실패를 하고, 그것이 흥행의 실패이지 하정우의 실패가 아님을 인식하며,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 나가는 그런 사람. 흠결이 있는 인간은 인간답다.

 

 한때 속도를 즐기던 적이 있었다. 오토바이 위에서 오른쪽 손목을 힘껏 비틀었을 때의 쾌감. 자격증은 늘 한 권으로 끝내는 XXX’만 집어 들고, 월별로 짜놓은 숨막히는 플랜 등. 느린 것이 주는 신선함을 느끼게 되어 행복한 오늘날이다.

 오늘도 두 시간 동안 벚꽃길을 걸었다. 매번 가던 길을 비틀어보니 또 다른 골목이 인사한다. 하마터면 못 보았을 풍경을 발견하는 것. 걷는 묘미가 여기에 또 있다.

 

 

- 어쩌면 감사도 연습이다. 거기 당신, 늘 그 자리에 있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몸이 천근만근인 날이 있다. 오로지 이불 속에만 있고 싶고, 배달음식이나 먹고 싶은 그런 날. 일단 나간다. 그럼 이내

  나오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등산과 같다.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무거운 것이다. 한 걸음만 떼면 걸어진다.

 

- 지금 고통 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

  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내가 해온 노력이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님을 깨닫는 순간들을 수없이 맞게 될 것이다. 엄청난 강도

  와 밀도로 차원이 다른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새로운 날들이 기다려진다.

 

-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봤자 인간이 할 수 이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렇게 기도한 이후로 이상하게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다. 무슨 일에든 더 담대해질 수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찌해볼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명

  백한 사실은, 내게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 일종의 무모함을 선물해주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부지런하게 갈

  뿐이다.

 

 

한줄 서평 : 티베트어로 인간걷는 존재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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