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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칵테일, 멋과 맛의 원투펀치/□ 술 관련상식

보드카란? 그 순수한 매력에 빠져 보자

by 취하는 이야기 2020.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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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 무미, 무취의 매력, 보드카

 

<프로필>

- 기원 : 러시아와 폴란드 양국 모두, 8세기나 9세기에 자국이 보드카를 처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음

- 특징 : 무색, 무미, 무취

- 주요 제조국 :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북유럽, 폴란드를 아우르는 ‘보드카 벨트’. 그 외에도 대체로 독일 북부 지역을 비롯한 몇몇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선구적 브랜드인 스미노프의 본사가 위치한 영국 역시 보드카의 주요 제조국에 포함됨

- 최대 판매 브랜드 : 스미노프, 앱솔루트, 벨렌카야, 퍄트 오제르, 크루프닉, 그레이 구스

- 주원료 : 전통적인 보드카는 감자, 곡류, 당밀로 제조해야 한다. ‘보드카 전쟁’ 이후 타협된 슈넬하르트 협정에 따라, 위의 세 가지 외에 다른 재료로 제조된 보드카는 라벨에 따라 그 사실을 표기해야 한다

 

<이야기 속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증류주는 단연 보드카라고 할 수 있다. 칵테일 조주용으로 이상적인 보드카는 대체로 보통의 음료에 알코올의 톡 쏘는 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한다. 콜라, 사과주스, 진저에일에 계량컵으로 한 잔 분량의 보드카를 넣으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피릿의 초고층으로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플한 스피릿인 보드카는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어디에든 쉽게 섞이는 데다, 스트레이트로 들이켜거나 천천히 홀짝이며 마실 수도 있다. 또한 보드카는 제조 과정에서 풍미를 더하거나 우릴 수도 있고, 한 번이나 두 번, 또는 수차례까지 증류가 가능해서, 증류주를 통틀어 가장 적응성이 뛰어난 스피릿이다.

  동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져 현재는 전 세계에서 증류되고 있는 보드카는 수많은 칵테일에 이상적인 베이스(기주)이며, 이런 사실은 세계적 판매량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보드카는 진이나 인퓨즈트(Infused) 보드카 같이 풍미가 더해진 스피릿을 보병으로 거느린 채 측면 호위를 받고 있고, 동유럽의 본거지에서 경쟁의 무대로 거침없이 뛰어들어 주류계를 정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여러 브랜드 가운데 깃발을 휘날리는 선봉장은 스미노프로, 세계적으로 연 2,400만 상자 이상을 팔며 세계의 스피릿 브랜드를 통틀어 판매 2위에 올라서 있다. 현재 보드카는 세계시장에서 판매되는 스피릿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한다. 전체 스피릿 판매량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보드카를 흠잡는 이들을 보면 대개 다크 스피릿, 즉 일정 기간 동안 숙성시키거나 강렬한 풍미를 띤 증류주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이 스피릿이 주류업계로부터 잇단 비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한 단어로 답하자면 그건 바로 순수성 때문이다.

  가장 단순한 제조법으로 제조된 보드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보드카는 순수한 증류주이다. 수년 전부터 보드카를 가능한 한 최고의 순도로 증류시키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수많은 주류 전문가들은 이런 증류법으로 인해 풍미과 개성이 부족해지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사실, 다용도로 사용이 용이하다는 보드카의 장점뿐만 아니라 풍미가 부족하다는 약점은 바로 이러한 순도, 즉 불순물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보드카라는 이름을 내건 초고순도(Ultra-Pure) 스피릿의 출현과 더불어 소규모 생산자들이 창의적 개량 법을 선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런 ‘부가적 개량’의 예로는, 물을 사용해 보드카를 희석시키는 방식과 보드카 제조에 쓰인 베이스 원료의 풍미를 부각시키는 방식이 있다. 포도를 원료로 써서 5차 증류 방식으로 제조하는 보드카에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브랜드 시락(Ciroc) 역시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등장하게 된 브랜드이다.

이러한 혁신에 힘입어 보드카 분야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되면서 몇몇 브랜드들이 보드카의 세계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높은 수준의 가격대와 초특급 명품으로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순수성’을 긍정적 이미지로 마케팅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여러 차례 증류되면서 그만큼 풍미와 개성이 사라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일 수도 있다.

 

<보드카, 하얀 화폭 또는 드레스>

  물처럼 투명한 색의 보드카는 대개 그 자체를 드러내기 위해 하얀 병으로 담아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앱솔루트 보드카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보드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 순수함(?) 때문이었다. 위스키나 브랜디 등은 뭔가 특유의 풍미가 가득한데, 이건 그저 알코올만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칵테일을 배워가며 보드카의 진수를 새로 느낀다. 보드카는 그 투명함 만큼이나 희고 흰 한 장의 종이 혹은 드레스를 떠올리게 한다. 종이 위에 각종 색깔을 칠해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지만, 잉크 한방울을 찍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순결치 않다. 보드카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블랙 러시안’이란 칵테일은 깔루아라는 리큐르에 보드카를 1:2의 비율로 넣기만 하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본질은 이런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온전히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온전히 가져가면서 알코올 도수를 정직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보드카 자체로 스트레이트로 먹는 고결함을 가짐과 동시에 수많은 재료들의 든든한 동반자, 보드카 되시겠다.

 

 

* 스피릿 : 독주를 뜻하는 말로 알코올 도수 20도 이상의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증류주를 말한다.

* 참고문헌 : 스피릿(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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