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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눌거리/■ 생각23

불만이 이끄는 것 전북대 학생 시절, 그저 학교가 싫었다. 학교가 나빠서라기보다, 적어도 내 눈에 모두 취업이나 공무원밖에 바라는 것만 들어와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더욱이 촌놈은 모름지기 서울에 대한 환상이 있기 마련이다. 뭔가 기회가 있는 곳, 내 삶을 뒤흔들 무언가가 있는 곳. 그때, 나는 편입을 결정했고 반수와 휴학을 거쳐 서울시립대 편입에 성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대부분 학교는 편입영어를 보는데, 그곳은 특이하게 전공시험을 봤다. 나는 1년간 공부를 해서 딱 한 곳만 지원했고, 하늘이 도우셨는지 약 8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붙었다.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일단 시험장소(건설공학과)가 정문에서 멀지 않았다. 외부인이어서일까. 학교 안 모든 사람이 그렇게 멋지고 예뻐 보이며, 지성적으.. 2020. 5. 30.
안아주고 싶은 소년 홀든 콜필드 : 호밀밭의 파수꾼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을 꼽으라면 언제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답하겠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읽든 읽지 않든, 언제나 책가방에 넣고 다녔으며 최소 20번 정도는 읽어 책이 너덜너덜한 생태다. 간단히 요약하면, 줄거리는 17살 소년 홀든 콜필드가 2주간 집을 나와 방황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다. 17살은 어떤 나이인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다. 물에 잉크 방울이 퍼지듯, 물과 우유가 섞이듯 뭔가 매력적이면서도 두려운 모습으로 나의 몸에 퍼져나가는 악의 세계. 뭔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코를 킁킁거리고 싶은 그 세계를 첫 경험 하는 나이. 성장통을 다룬 가장 유명한 책은 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가방 안에 가장 많이 발견.. 2020. 5. 25.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생이 너무 짧다. 어른이 어서 되고 싶어서 아는 형, 누나 괜스레 따라 해 보고, 사춘기도 오기 전에 엄마 아빠에게 괜히 반항해보다 혼나 보기도 하고, 감기에 제발 한번 걸리고 싶어 비를 일부러 맞기도 했다. 이젠 전성기를 지나 손과 얼굴을 보며 ‘시간아 제발 멈추오 다오‘ 기도 중이다. 짧으면 10여 년 만에, 길면 약 100년을 산다. 10배 차이라고 하면 놀랍지만, 우주의 시간으로 순간에 불과한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의 덧없음을 빗대어 찰나라고 한다. 이 짧은 생을 생각하면, 정말 모든 것이 덧없다. 결과가 다 정해진 삶에서 무엇을 얻고자 이리 아등바등인지 부처님 손바닥 위 손오공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스님은 출가를 하는가? 각자 다르고도 같은 육신을 가지고 이 세상에 나오고, 같.. 2020. 5. 22.
30년간 불꽃이었던 사람, 전혜린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학을 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전혜린’을 알 것이다. 소위, 불꽃같은 인생을 산 것으로 묘사되는데 아마도 삼십 세 초반의 나이로 요절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감수성 넘치던 고등학생 시절, 시험이 진행 중인 가을철 마른 잎 같은 날이었다. 빌어먹을 모의고사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보는데 복습할 시간도 없이 풀어제끼기만 하니, 실력향상은 먼 나라 이야기인지 오래. 그렇게 시작된 1교시 언어영역에서 ‘전혜린’을 만난다. 문학작품의 한 지문으로 등장해, 아래에 3문제가 딸려 있었는데, 이게 웬걸. 눈물이 나려 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먼곳에의 그리움'이었다. 그 날 전혜린을 찾으며 라는 책을 사게 된다. 그 책은 작가가 기획한 작품이 아니다. 살아오며 느낀 것에 대한 생각들, 아이를 낳고 키우며.. 2020. 5. 21.
오늘 하루, 개처럼 살자 늘 오늘의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싶다. 눈을 떴을 때,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한다. 어느 책의 저자는 인생 모토가 “개처럼 살자”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개는 늘 현재에 충실하다. 밥이 있으면 밥 먹는 일이 온 세계다.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사람은 어떤가. 밥을 먹으면서도 대출상환금이 걱정이고, 잠을 자면서도 직장일이 걱정이다. 나도 그렇다.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 시간 동안, 어차피 일은 할 수 없는데, 머리가 지끈지끈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확실한 건 내일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음미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비범한 사람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일으키지만, 나 같은 범인(凡人)에게는 혈압약처럼.. 2020. 5. 17.